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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눈이 되어줘

칸나캉 2024. 11. 12. 23:42

새 안경을 맞췄다.

지금 쓰는 안경을 쓴지는 4년 정도 되었나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. 내가 살면서 써본 안경 중 가장 비싼 안경.

늘 가던 안경점이 닫는다고 할인 문자를 받은 엄마가 우리를 모두 데리고 갔었다. 다같이 안경을 고르는데, 그때 나는 뿔테 안경이 한창 갖고 싶었다. 온 안경점을 돌아다니다가 고른 안경이 이 안경이었는데 30만원이 넘었다. 다른 마음에 드는 안경이 없었다. 엄마가 여러 개 맞추니까 할인을 해달라고 해서 결국 이걸 30만원 대에 샀던 것 같다. 동생들은 다 저렴한 걸 하는데 나만 비싼 걸 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. 이제 취직해서 일도 하고 하니 좋은 테를 사서 알을 갈아끼워가며 오래오래 쓰라고 했던 것 같다. 생각해보니 돈을 벌면서 엄마한테 안경 사달라고 하는 덜 자란 딸이었네.

안경을 좀 쓰다가, 알에 기스가 많이 나서 새로 해야지 하고 갔던가. 그냥 멋쟁이 변색 렌즈가 갖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.

(생각해보니, 이 갖고 싶은 마음은 내 삶과 선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.)

이 렌즈를 맞추고 많은 이들을 놀래키기도 하고 주목도 많이 받았다. 즐거운 렌즈였다. 이 렌즈를 과거형으로 보내버리는 것이 아쉬워 알을 바꾸지 않고 안경을 새로 맞추는 것일지도 모른다. 분명히 그런 이유가 있다. 하하하

아무튼 변색렌즈도 금액을 꽤 들여서 맞추었는데 벌써 2년 정도 쓰다 보니 또 기스가 많이 났다. 이번엔 안경 자체에도 기스가 많이 나고,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알콜 솜으로 몇 번 닦았더니 하얗게 바래는 백화현상까지 생겨버렸다.

새 안경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. 내일 찾으러 가면서 쓰던 이 친구는 폴리쉬를 맡기기로 했다. 멀리 대구까지 보내야하고 4-5만원 정도 비용도 든다. 갈아내고 다시 광을 내는 작업이라 브랜드명과 모델명이 지워진다고 한다. 새 안경을 산 이야기에서 시작한 글이지만 쓰다보니 헌 안경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글이 되었다.